엊그제 읽은 책
[멕시코 일요일 2시 : 치유를 위한 여행 에세이 멕시코 이야기]
광고 카피라이터가 쓴 책이라서 그런지 글이 재밌다.
사진이나 이런저런 비주얼 요소들도 감각 있고 반짝거린다.
7년 동안 광고회사에서 등골 빠져라 일하고
서른 둘에 딱 죽겠다 싶은 심정에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언제 어디로 가야 한다는 정해진 스케줄도 없고
내키는 대로 꼴리는 대로,
뜨고 싶으면 뜨고, 머물고 싶으면 머무는
이동과 정착을 번갈아 하는, 뭐 그런 식이다.
여행이라 하기도 뭐하고 생활이라 하기도 뭣한,,,
그래서 줏대 없고 의지박약 스타일 人은
상당히 난감하게 느껴지는 여행스타일일지도 모르겠다.
요상하게도 한 가지 업業을 지속하다보면
1년, 3년, 5년, 7년 차가 되었을 때
주기적인 위기 혹은 슬럼프 사이클이 찾아오는데,
다들 그때쯤 무슨 짓이든(?) 한다.
가령 '이 길이 아닌갑다' 하고 때려치우거나 업종을 변경하거나
아니면 임시방편 해결책으루다가 휘리릭 여행을 떠나거나.
현실도피? 혹은 현실망각을 목적으로 이 책을 붙들었으나,
(대체로 여행 에세이를 읽는 독자들의 목적은 그거다)
그것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잠시라도 지구 반대편 먼 나라에 가 있는 것처럼 서울의 팍팍한 현실을 잊거나
'아, 부럽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름 대리만족으로 위로받았다기보다는
그냥 쫌 부럽기만 할 뿐?? 아니, 별로 이렇다 할 감흥이 없다.
문제는 책이 아니라 책을 읽는 나에게 있는 것 같다.
감동할 의지와 여지와 작정이 없는 거다.
(아, 내 인생의 '윤기'는 다 어디로 가버린 거냐)
남들도 이렇게 어려울까?
살아남기의 반대말은 죽어없어지기인가?
도대체 남들은 그 '살아남아야 하는' 강력한 당위와 명분과 이유를
어디에서들 찾고 계신지? 아. 정말 궁금하다.
결국 여행을 떠나고, 여행기를 쓰고, 여행서를 써서
경험하고 기록하고 남기는 일이 모두 그런 욕구에서 출발하는 거겠지?
나도, 나도 서른 두 살이고,
딱 죽겠다 싶은 순간이 자주 있고,
그런데도, '괜찮아, 안 죽어' 하며 산다.
죽으란 법은 없고, 다 살게 되어 있다.
ps.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 책을 읽으면서
'왜 이렇게 광고 계통 사람들은 업業에 대한 엄살이 심한 거지?' 하고 툴툴거렸다.
세상에 거저 되는 일이 있나? 힘들지 않은 직업이 있나?
자기들 일이 우주에서 젤로 어렵고 힘들고 괴롭다고
너무 과장해서 얘기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철공소 직원도 나름대로 힘들고, 출판사 직원도 나름대로 힘들고
유치원 선생님도 힘들고, 대학교수도 힘든 게 다 있을 텐데.
뭔가 없는 데서 있는 걸 만들어내는 건 다 힘들 게 마련이고
고통 없이 뭔가 뚝딱 만들어진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인데,
어찌 보면 그 힘든 걸 표현하는 방법이나 스킬이
광고하는 사람들은 훨씬 발달해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소설가가 쓴 소설에 만날 소설가가 주인공이고
PD가 만드는 드라마에 만날 PD가 주인공이듯이
광고하는 사람들은 '나 이렇게 힘들어'라고 말하는 것도
정말 세련되고, 멋지고, 동정표를 팍팍 이끌어낼 만큼 애처롭게
잘 표현해내는 것 같다.
좌우간 힘들다고 징징대는 것도
유능한 카피라이터가 유능하게 징징대면
정말 공감해주고 싶어지는가보다.